한국영화사랑 오발탄


이경은   am.1:23, Wednesday ( 1396hit )
[맨발의 청춘] 한국영화 첫경험

첫경험이라는 말은 언제나처럼 낯설지만
그만큼 흡입력이 있는 말이겠지요.

0. 영화 얘기에 앞서서 노래 얘기를 좀 해볼까요. 제 방에 제 소유의
작은 카세트 라디오가 처음 생기던 날에 대해서요. 국민학교 6학년때
였던 것 같네요. 그때부터 저를 사로잡던것은 바로 음악이었죠. 때를
만난다는 것은 때때로 인생에서 아주 중요할 수 있는데 당시 84년과
85년을 맞이하던 그 무렵은 우리 가요가 팝송시장을 밀어내고 드디어
팽창기로 들어서는 시점이었고 그런 영향은 내 삶에 지배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었죠. 다시 말하자면 내가 처음 접한 음악은 가요였고 가요
에 대한 애정은 지금 스물 넷이 된 내게 13년간이나 강하게 박혀있습
니다. 나는 솔직히 말해 의심이 많은 사람일 지 모르겠습니다. 눈으
로 보지 않은 것은 잘 믿지 않는데 그만큼이나 내 귀로 확인할 수 있
지 않으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죠. 우리 가요를 좋아하게 된
이유로는 아마 듣는다는 행위와 결코 떨어지지 않게 이해할수 있다는
것일 겁니다. 그리고 하나를 더한다면 나와 같은 행동반경에서 동시
대를 살고 있는 내 주위의 사람들에 의해 불려진 노래와 연주된 음악
이라는 것. 즉 대양을 건너지 않고 다른 행동양식을 매너로 가지고
있는 외국인(얼마나 배타적인 언어입니까!)이 아닌 사람들의 음악이
라는 것이겠죠.

1. 영화에 대한 첫경험을 얘기하자는데 다른 얘기가 좀 길었습니다. 사
실 제가 원래 좀 그렇습니다. 어느새 다른 얘기로 빠져서 길고 긴 얘기
를 하노라면 저 자신까지도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는지 잊어버릴 때가
있으니까요. 누군가는 그러더군요. 저와 채팅을 하고 있으면 영화를 보
고 있는 느낌이 든다고요. 왜 그런 느낌이 드냐고 물어봤더니 내 얘기"
의 스타일은 손에 잡히지 않는 몽환적이고 추상적인 얘기를 아주 구체적
인 소재를 가지고 한다는 것이었어요. 그런 것을 영화라고 표현한 그를
통해 사실 나는 영화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영화라는 건
기본적으로 허구가 아닌가요. 허구란 정말로 일어날 법한 사실이구요.
결국 내가 왜 영화를 좋아하게 되었는지 다시 생각해 봤습니다. 처음부
터 나는 영화라는 매체 자체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단지 나는
영화보기라는 행위를 통한 관음에 관심을 가졌던 것 같더군요. 누군가의
만들어진 생활을 엿보는 것은 실제 생활을 엿보는 것보다 죄책감은 덜하
지만 그 욕구를 채우는 데는 전혀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것은 다른 모든
것에 비해 영화라는 것이 가장 최적의 것이었죠.

2. 한국영화라는 것을 얘기하기 위해 많이 돌아왔습니다. 제 친구들이
모두 인정하듯이 나는 한국영화를 좋아합니다. 그것은 알량한 애국심도
아니고 보잘 것 없는 나 정도의 힘으로 한국영화를 살려보겠다는 같잖
은 의무감도 아닙니다. 난 단지 한국영화를 정말 즐길 따름입니다. 아주
오래전의 일이었는데, 아마도 중학교 다닐 때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해
마다 명절이 되면 그렇듯이 티비에서는 한국영화들을 풀어대고 있었죠.
그때 새벽두시에 방영한 '맨발의 청춘'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신성일과
엄앵란 주연의 그 촌스러운 옛날 영화를 보면서 나는 눈물을 흘렸던 기
억이 있습니다. 나중에, 아주 나중에야 해석이 된 것이지만 어린 나는
막연하게도 순수한 애정과 정사를 통해서도 해결될 수 없는 견고한 계급
간의 갈등을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표현은 대학을 다닌 이후
의 내가 나름대로 정리한 표현이지만 그때 막연하게 가슴을 치밀던 것을
아직 기억합니다. 그것이 제 첫경험이라면 첫경험이 될 것입니다.

3. 사실 중고등학생 때의 나는 영화라는 것을 접하지 못했습니다. 이따
금씩의 단체관람 말고는 시내 극장가를 나갈 생각을 거의 못했으니까요.
그때의 나는 음악에 미쳐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분주했고 극장가를 헤
매이며 그당시의 나이로 봐서 모험을 감행해야 하는 연불 영화를 보러
다니는 것이 제 윤리관으로는 전혀 맞지 않았으니까요. 처음 영화라는
것을 눈뜨게 된 것도 극장을 찾아다니는 적극적 행위가 아니라 비디오
를 보거나 티비 영화를 보는 소극적 행위에서 시작된 것도 그런 이유였
을 겁니다. 본격적으로 영화를 보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학력고사가 끝
난 고3 겨울 방학때였고 그 두달간 약 70편의 비디오를 봤던 기억이 납
니다. 지금은 무얼 봤었는지 그 내용이 어땠고 무얼 느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나서도 나는 영화를 보지 않았습니다.
영화라는 것이 나를 잡아당길 때까지 나는 끈기있게 기다렸습니다. 사실
나는 아직도 기다리는 중입니다. 섣부르게 내가 영화를 찾아내어 서투른
연애질을 하기 보다는 사랑이 좀더 성숙되어 만나지길 기다리고 있습니
다. 따라서 지금의 내가 보고 있는 영화들은 아직 말도 못꺼내고 손 한
번 스칠때마다 퍼뜩 놀라는 어린 연인들 같은 느낌입니다.

4. 한국영화 - 개인적으로는 우리 영화 라는 말을 좀더 좋아합니다. -
중 좋아했던 작품들을 조금 얘기하는 것으로 이 길고 재미없고 지루한
글을 끝낼까 합니다. 위에 언급한 '맨발의 청춘'은 아직까지도 제일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물론 좋아하는 작품들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꼽을
수 있는 것이지요. 장르적으로는 코미디물을 제일 좋아하지만 미안하게
도 우리 영화 중에는 그다지 훌륭한 코미디를 보지 못했습니다. 물론
코미디의 범주 내에 어떤 영화까지 포함을 시킬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
만요. 감독으로는 이명세를 아직까지는 좋아합니다. '지독한 사랑'에서
나를 지독하게 실망시켰지만 그래도 아직 좋아합니다. 그리고 배창호를
좋아합니다. 얼마전 본 '러브 스토리'는 아직도 그가 배반하지 않음을
보여줘서 너무나 반가왔었습니다. 박광수의 '그들도 우리처럼'이나 장
현수의 '게임의 법칙' 등에서 보여준 아름다운 장면들도 좋아합니다.
때때로 아무 것도 아닌 장면에서 쿨쩍거리기를 좋아하는 저는 멜로드라
마도 좋아하는데 아직까지 그다지 훌륭한 멜로드라마는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보고 싶은 영화들은 아주 오래된 영화들입니
다. 김기영의 영화들을 보고 싶고 - 단 한편을 봤었는데 아주 인상적
이더군요 - 배창호나 하길종 등의 영화들을 빠짐없이 감상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5. 함꼐 얘기할 친구가 생겼다는 기쁨일까요. 오늘의 나는 무척이나 수
다스럽군요. 이만 줄이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여러분이 너무 지겨워
하실 것 같군요.

                                    formula3.. 이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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